유튜브 시대에 재정립되는 스포츠 미디어 생태계/이현우 교수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l승인2020.10.15l수정2020.10.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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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 일반 대중은 신문과 TV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스포츠 소식을 접했다.

▲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hwlee@tamu.edu

이 시절, 대중매체는 조직화되지 않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정보를 대량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때문에 대중에게 전달되는 스포츠 이슈는 주로 함축적인 경향이 있었다.

때로는 육상의 임춘애 선수가 라면만 먹고 1986 서울아시안게임 3관왕을 석권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과대포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중매체의 행태는 스포츠와 관련해서 형성되는 대중적 담론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보급된 후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인터넷이 일반화하자 대중들 간에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스포츠 소식의 전달과 스포츠에 대한 담론이 대중들 간에 직접적으로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 스포츠 미디어의 형태는 점점 대중의 취향과 흥미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더욱 가속되고 있다. 유튜브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더 큰 세상과 만나게 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설립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 콘텐츠의 허브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 중심의 온라인 시대에 대중들은 어떤 형태의 스포츠 미디어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선승제)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해 1회 투구하고 있다. [탬파베이=AP/뉴시스 자료사진]

먼저, 대중매체의 기능을 대체하면서도 정형화되지 않은 B급 스포츠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스포츠 경기 중계 콘텐츠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크리에이터 BJ 감스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감스트는 2012년 2월, 아프리카 TV에서 유명 온라인 축구게임인 피파 온라인 2 BJ로 방송을 시작했다. 조금씩 명성을 쌓기 시작한 감스트는 2017년부터 축구경기 콘텐츠를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감스트는 축구 전문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의 해설은 품질적 측면에는 기대 이하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개그맨을 능가하는 유머 넘치는 입담과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그의 해설 센스는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았다.

특히, 축구 해설과정에서 탄생한 ‘리버풀은 중위권이 딱이야’의 줄임말인 ‘리중딱'은 송대관의 인기곡 ‘유행가'와 결합되어 노래를 탄생시켰다. 이 노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 지난 2018년 2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8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K리그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축구 BJ(Broadcasting Jockey) 감스트가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이러한 인기 덕분에 감스트는 2018 시즌 K리그 공식홍보대사 위촉, 2018 러시아 월드컵 및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MBC 소속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참가하였다. 감스트의 사례는 온라인 시대에 나타나는 B급 스포츠 콘텐츠의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스포츠 선수가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의 인기도 대단하다. 은퇴 후 선수시절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전 두산 베어스 투수 박명환이 대표적인 예이다.

박명환은 은퇴 후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야구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박명환 야구TV’를 개설하였다. 사회인 야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야구기술 강의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선발 경기를 주 콘텐츠로 삼으면서 구독자를 모으려고 시도했지만 초기에는 그 효과가 미비했다.

하지만, 예전 팀 동료였던 정수근을 초대해 제작한 ‘야구썰전’ 시리즈 물이 대박을 터뜨렸다. 시리즈 물에서 감초 역할을 한 정수근은 특유의 입담을 바탕으로 ‘삼성 놔두고 롯데로 이적한 썰,' ‘벤치클리어링 뒷 이야기', ‘강병철 감독에게 대든 썰,’ 등을 풀어냈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이는 시청자들의 수준 높은 질문과 어우러지면서 지상파에서 방영될 수는 없지만, 시청자의 기호를 완벽히 반영해 낸 콘텐츠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인기가 엄청나서 현재 야구썰전은 62화까지 제작 되었으며, 신윤호와 김진우, 최향남 등 은퇴한 인기 프로야구 선수들이 출연하며 콘텐츠의 질을 높여나가고 있다. 박명환의 사례는 온라인 시대에 나타나는 특수 콘텐츠의 영향력을 극명히 보여준다.

개인방송시대가 열리면서 B급 스포츠 콘텐츠와 선수제작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있다. 기존에 지상파에서는 충족시키지 못하던 스포츠 시청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다양한 개인방송 채널들이 충족시키고 메워주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포츠 생태계에서 자리하던 선수들과 관계자 그리고 팬들의 목소리가 나누어지고, 소통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담론이 형성되면서 스포츠 문화를 누리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이제 스포츠 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때로는 개인적이고도 세세한) 정보들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기존 미디어의 중계, 해설, 인터뷰를 통해서만 소통하지 않고 개인 채널 수준에서 맞춤형 소통이 가능해졌다.

스포츠 생태계 내에서 콘텐츠 제작자와 시청자들의 소통이 양방향으로 바뀌어가면서 자유도가 높은 새로운 채널들이 개설되고 있다.

▲ 박명환 TV 화면 캡처

유튜브 중심의 온라인 시대에 대중들의 관심을 새롭게 받는 스포츠 미디어 콘텐츠들은 그 채널을 관리하는 기획사(다중 채널 네트워크, Multi-Channel Network: MCN)의 등장과 맞물려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샌드박스네트워크와 같은 MCN 제작업체들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매니지먼트를 체계화 시킴으로써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기하급수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전문적인 관리 덕분에 유튜브 콘텐츠들이 품질 및 양적 측면에서 향상되었고, 크리에이터들의 관리와 체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졌다.

MCN의 시대에서 전문화된 채널이 부상하면서, 앞으로 스포츠 미디어 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더욱 세분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hw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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