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레이싱의 부상…한국, 변방으로 남을까 우려된다/이현우 교수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l승인2020.08.23l수정2020.09.0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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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드론 레이싱은 드론으로 경기 코스 주위를 규정에 따라 빠르게 비행시키는 경기이다.

▲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이때 드론 레이싱 선수는 고글 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이 HMD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영상에만 의존해 경쟁 상대는 물론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드론을 제어해야 한다.

따라서 고속 비행동안 HMD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처리하고 세밀한 조작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기술적 대중화로 저렴해진 드론 가격과 실감나는 영상으로 인해 드론 레이싱에 열광하는 선수나 관중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관중들도 고글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드론의 비행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가상공간 안에서 마치 자기가 드론을 직접 조종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1인칭 시점의 FPV(First Person View) 레이싱 경험이 극대화된 속도감과 박진감을 선사함으로써 드론 레이싱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그 결과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전문적인 경기 단체들이 설립되었으며 대기업의 후원 아래 다양한 리그들이 개최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면 산업은 자연스럽게 구축되기 마련이다. 드론 레이싱은 2016년 4월 국제 드론 레이싱 협회(IDRA)가 스포츠 방송사인 ESPN과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중계가 시작되었다. 같은 해 8월 전미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과 10월에 열린 2016 세계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이 ESPN 3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었고, 또한 ESPN 네트워크에서 각 경기에 대한 스페셜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방송되었다.

▲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성동구 성동4차산업혁명체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성동 청소년 드론대회에서 청소년들이 드론 레이싱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제공)

매년 수천 개의 스포츠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는 ESPN이 드론 레이싱을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시대적인 변화를 고려해보면 이러한 움직임이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ESPN의 몸부림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컴퓨터, 인터넷, 게임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가상세계에 접속할 수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나가서 직접 즐기는 기존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벗어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로 정의되는 운동 경기만으로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디지털 게임세대를 끌어 모으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디지털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창출의 일환으로 드론 레이싱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시장의 수요에 따라 반응하여 형성되고 있는 해외 스포츠 산업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드론 레이싱이 정식 스포츠 종목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는 엘리트 스포츠를 중심으로 정책적으로 스포츠의 체계가 잡히고 발전한 우리의 역사에 기반한 것이다. 관료적인 입김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종목으로 분류되어야 정식 단체로 인정도 받고 정책적인 지원도 수월하다.

체육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체계가 잡혀야 선수들의 진학이나 진로도 구축하기 쉽다. 문제는 이러한 기존 모델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보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드론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미국이나 중국 등 드론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그러나 드론 레이싱과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도 다수의 대회가 개최되는 등 드론 선진국들을 추격하고 있다.

일례로, 2018년에는 터키에서 열렸던 드론 국제대회인 ‘월드 드론컵’에서는 한국의 김민찬 (16)선수가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을 정도로 한국이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전이 주도적인 리그 형성이나 산업으로의 발전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론 레이싱에 대한 투자는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자국 내 드론 제조업체 연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드론 스포츠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그 잠재가치에 합당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미래 스포츠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대형 미디어 기업인 리버티 미디어(Liberty Media)가 미래 변화에 대비하여 드론 레이싱 리그(DRL)에 투자했듯이, 한국 기업들도 드론 레이싱의 성장 잠재성을 파악하고 투자를 고려해보면 어떨까?

▲ 지난해 4월 4일 울산시 남구 울산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2019년도 울산시 기능경기대회에서 참가자가 올림피아드 드론 레이싱 경기를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유행할 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e스포츠 협회와 중계체계를 갖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던 체계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와 팀들이 우승을 하고는 있지만, 그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가 세계적인 리그에 선수를 공급하기만 하는 변방 국가로 남을지, 아니면 문화와 시장 및 산업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지에 대한 숙고와 결단이 필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4차 산업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작금에 드론 레이싱의 부상에 주목해볼만한 이유다.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hw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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